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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장미 세 송이 .. 동화작가 윤성은님
2021-05-05 09:54:44   조회:77회

어렸을 적 꿈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별로 없을 것 같다.
꿈을 쫓아서 커다란 가방 하나 싸 들고 거제로 간 적이 있다. 2년 정도는 행복했다. 그러다 꿈꾸어 왔던 일의 어두운 면을 조금씩 알게 됐다. 마냥 좋을 거라 믿었던 세상의 속을 보고 내 마음은 지옥이 됐다.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면 영은사를 찾았다. 동네 뒷산에 있는 조그마한 절이었다. 시골구석이라 그런지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신기하게 스님도 보이지 않았다. 철망 안의 커다란 개 두 마리만 나를 맞았다. 한 녀석은 ‘그대 왔는가.’ 하고 그윽한 눈빛을 보냈고 다른 녀석은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댔다.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영은사로 가는 돌계단을 올랐다. 개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으르렁 컹컹 소리를 뒤로하며 절 구석에 자리 잡은 나무 밑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그렇게 있다 보면 어느새 개 짖는 소리도 내 마음도 고요해졌다.
여느 때처럼 절에 오른 날이었다. 하늘이 연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가. 불교 신자도 아니고 날짜 개념도 없이 근무표만 보고 일을 나갔기에 불탄절인지도 몰랐다. 음, 그렇군. 그나저나 여기 스님이 계시긴 한 모양이군. 난 어슬렁어슬렁 연등을 구경하다가 항상 앉던 바위에 앉았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연등에 불이 켜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어디선가 보살님, 보살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특별한 날이라 사람이 찾아왔나 보네, 생각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보살님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다급해졌다. 거친 숨소리와 뜀박질 소리가 등 뒤에까지 따라붙었다.
무슨 일이지, 뒤를 돌아보는데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숨을 몰아쉬며 빨간 장미 세 송이를 내게 내밀었다.

“보살님, 이거 가져가세요.”
그러곤 휙 뒤돌아 가버렸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애타게 부르던 보살님이 나였다니.


난 장미꽃 세 송이를 연등 불빛에 비춰보며 환하게 웃었다. 내가 꽃을 좋아했던가. 아닌데, 왜 이렇게 좋지. 어둠 속 빨간 장미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꽃이 좋아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불교신문3663호/2021년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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