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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귀한 줄 알고 감사할 줄 알자
2018-12-04 19:15:30   조회:14회

있을 때 귀한 줄 알고 감사할 줄 알자

 

_글 / 월송(月松) 일수(一守) 스님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의 쓴맛을 보기 마련이다. 선방생활 초창기 무렵,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쓴맛을 보았다. 예상치 못한 결핵과 선방생활로 시련의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그 여파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폐병이 완치되기가 무섭게 간염이 찾아왔고, 간염이 호전되는가 싶으면 무릎과 다리 통증으로 좌선을 하기 힘들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한동안은 위장병으로 고생해야 했다. 연이은 병치레로 출가생활에 자신감을 잃게 되자, 앞길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에 이른 것 같았다.

 

병이 나으려면 우선 약을 받아들이기 위한 몸부터 추슬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고기는커녕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갈 돈도 없는 상황이었다. 선방생활을 포기하고 사판으로 갈 것인가, 차라리 속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수많은 갈등과 망설임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보살님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절을 오가며 건강이 좋지 못한 스님들이나, 힘없고 어려운 뒷방 노스님들을 알게 모르게 보살펴 주는 보살님이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번민과 절망 속에서도 내 안에는 수행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모양이다.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한걸음에 그 보살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청했다. 보살님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무엇보다 건강을 회복해야 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스님,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사연을 들은 보살님은 자신의 형편도 어려운 상황에서 선뜻 마음을 내어, 도움을 줄 수 있는 데까지 도와 줄 테니 용기를 내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 후로 그녀는 폐에 좋은 고단백 식품을 비롯해 다리와 무릎 관절에 좋은 한약을 달여 선방에 올려 주곤 했다. 또 간에 좋다는 평양 미나리를 구해와 즙을 내 주기도 했다. 그때 해치운 미나리가 아마 세 리어카는 족히 될 것이다. 그 보살님은 여러 음식과 약뿐 아니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정진하라는 위로와 격려까지 아낌없이 베풀었다. 한편 국문학을 전공한 보살님 덕분에 서양철학과 동양학, 고대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도 폭넓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데가 있어,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고마운 마음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오랜 병환으로 성격은 소심해지고 신경이 한창 예민해져 있던 때라, 지극정성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점차 당연하게 여겼다.

 

살림이 넉넉지도 못한 사람에게 기대어 어릴 적 어머니나 누이에게 하듯 심술과 고약을 떨기까지 했다. 조금만 소홀한 듯싶으면 서운해 하고, 잘 챙겨 주면 챙겨 주는 대로 이래저래 까탈을 떨었다. 그야말로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봇짐 내놓으라는 식으로 그때 내 심보가 딱 그러했다. 그렇게 그 보살님과의 인연이 차츰 멀어지고 완전히 끊어지고 나서야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 보살님에게 진 엄청난 빚과 고마움의 무게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토록 철없이 걸어온 날들을 돌아보니, 인생의 한 고비 한 고비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인연들이 한둘이 아니다. 운문암에서 선원장을 할 때도, 토굴에서 공부를 할 때도, 서울로 올라와 선방을 꾸릴 때도 그러한 인연들 덕에 어려운 시절을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다. 그러니 수행은 결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성과 또한 물론 자기만의 것이 아니다. 선방 수좌라는 이유만으로 풍족한 도움을 받고 살아온 것을 보면, 아마도 전생에 쌓아둔 복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복은 적금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바닥이 드러나도록 쓰고 나면, 다시 모으기까지는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돈은 있을 때 모아야 된다는 말도 있듯, 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인복(人福)과 좋은 인연 또한 있을 때 더욱 귀한 줄을 알고 감사한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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