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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영혼을 담는다 1_ 화가 이광복
2018-12-04 18:27:21   조회:171회

BC 7세기 레스보스 섬에 살면서 시를 썼던 그리스의 시인 사포(Sappho)는 아직도 촉촉한 시향을 전해준다. “어떤 사람은 기마부대가, 어떤 사람은 보병부대가, 또 어떤 사람은 군함이, 어두운 지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말하네. 하지만 나는 말하네. 무엇이든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가장 멋지다고그리스에서 그리스인처럼 살다온 화가의 작업실에는 사과가 가득했다. 사과와 얽힌 사연도 많아보였다. 어두운 이 지상에서 그가 가장 사랑한 것이 무엇인지. 사과 하나가 투명해져서 나를 쳐다본다. , 금단의 열매를 사랑한 화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_ 이기인 시인(한국문화연수원 전임교수)

 


사과영혼을 담는다
_화가 이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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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 : 35년 동안 사과를 그렸습니다. ‘사과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이광복 : 사과를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그리스 유학시절부터입니다. 아테네 노천시장에 가면 사과가 많았습니다. 저는 아침 점심으로 사과를 먹을 정도로 사과를 좋아했어요. 값도 저렴해서 한 바구니씩 사왔습니다. 그런데 바구니에 모인 사과는 금방 썩었습니다. 알아보니 사과는 모아놓으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책꽂이마다 하나씩 나눠서 올려놓았지요. 그러자 방안에는 금세 사과향이 퍼져서 향긋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 선잠에서 깨어나 달빛에 비친 사과의 실루엣을 보게 됐죠. 사과에서 그리운 얼굴이 한 순간 보였습니다. 이전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던 어떤 아름다움을 사과에서 발견한 것이지요. 화가로서 그동안 왜 이런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후회, 창피함, 미안한 마음이 쏟아졌지요.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아내와 떨어져서 먼 유학길에 올랐던 상황이었습니다. 사과를 통해서 느꼈던 어떤 그리움. 그 느낌이 좋아서 지금까지 사과를 캔버스에 하나씩 옮겨놓았지요. 이후로 그리스에서 만난 사과는 제 예술의 본바탕이며 정체성이고 어느덧 분신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사과는 상처받기 쉬운 삶과 닮았습니다. 내 사과 그림의 배경은 고향집의 기왓장처럼 모두가 다른 빛의 표정입니다. 사과는 저에게 색채의 다양함과 둥근 원이 품은 신비함을 지속적으로 일러줍니다. 사과는 또 저에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그 사과를 만나면서부터 제가 깨어난 것 같아요.

 

 

 

이기인 : 사과 외에도 누드(인체)’를 많이 그렸습니다. 누드작업에 열중하는 이유가 있는지요.

 

이광복 :제가 다녔던 아테네 제일국립미술대학에서는 모두가 누드를 그렸습니다. 누드수업을 아예 정규과정으로 만들어놓았지요.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까지. 구상과 추상 또 조각과 판화와 상관없이 모두가 누드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누드수업은 제가 다녔던 학교의 오랜 전통입니다. 유럽을 통틀어도 누드수업을 이처럼 강조한 대학은 그리스가 유일합니다. 그리스에서는 누드를 못 그리면 화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드에는 모든 게 들어있습니다. 누드는 인체를 그리는 작업입니다. 우리의 몸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복잡하고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인간이 가장 어려운 그림입니다. 누드를 통달하면 그림의 기술적인 측면이 완성된다고 보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곳의 뼈와 장기. 근육까지도 세밀히 살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실제로 같은 모델의 신체도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그때그때 색채가 다릅니다. 선이 다릅니다. 몸에서 풍기는 영감이 다릅니다. 똑같은 몸은 없습니다. 누드작업이 길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래서 한 모델을 몇 개월씩 그리기도 했습니다. 화가는 인체의 신비가 그대로 드러나는 걸 누드작업을 통해서 배웁니다. 그래서 누드를 체득하면 그림이 깊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숙련도를 위해서라도 누드를 많이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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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 :그림작업에 있어서 마주치는 고통과 즐거움은 무엇인가.

 

이광복 :가장 큰 고통은 제가 아는 것을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저는 한 곳에 정착해서 굳어지는 삶을 경계하고 두려워합니다.그래서 파리 마드리드, 바로셀로나, 런던, 플로렌스와 로마를 거치는 먼 예술가의 행로를 선택했습니다. ‘창작미술대전대상수상 후에 한국을 떠난 것도 아는 것을 버리자고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예술가로서의 도전적 삶을 동경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과 연작 366점은 제에게 고통과 즐거움을 준 작품입니다. 금단의 열매인 사과는 작품마다 독립된 기교와 전면적인 세계를 구성합니다. 한편으로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한 모자이크 세계로 뻗어나갑니다. 우리 모두를 유혹하는 불분명한 요소를 구체화한 작품의 고통이야말로 즐거움으로 환치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평론가 라첼 하워드는(Rachel Howard) 사과연작을 통해서 예술가의 고통과 즐거움을 앞서 엿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제 작업의 연장선인 동서양의 심미안. 그 경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저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해 주목한 사람입니다. 사실 예술가는 자신이 느끼는 바를 아무리 말로 설명하려고 해도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마주한 사람 역시 그림의 세계를 적극 공감해야 하고 그래야 할뿐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어떤 때는 사람을 일체 만나지 않습니다. 그런 상태로 한 주 내내 쉬지 않고 작업에만에 몰두할 때가 있습니다. 이 시간이야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즐거움이 찾아오는 시간이지요.

이기인 : 한국을 떠나 그리스에서 30년을 살았다. 그리스의 환경과 공간은 예술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이광복 :30년 동안 살았던 그리스에서의 삶은 그림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스의 환경적 요소는 고스란히 그림에 묻어있죠. 사과라는 오브제의 발견이 아테네에서 일어났고 또 사과라는 오브제의 재현에서 나아가 새로운 미의식을 담을 수 있었던 것도 그리스의 환경 덕분입니다. 그리스에는 모든 게 공존해요. 개성 있는 그림들이 모두가 있죠. 예술의 스펙트럼이 넓어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세계의 공존이 가능해요. 그리스 사람들의 저력이죠. 저는 그들에게서 어떤 천재성을 보았습니다.그리스에서 받은 선물은 너무도 많아요. 특히 예술적 영감이 그렇죠. 저는 공주가 이광복 낳고 그리스가 이광복을 키웠다는 미술계의 주변의 수사적 표현에 수긍합니다. 저는 그리스를 낙원으로 또 천국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방인으로 떠돌 수 있었던 나를 기꺼이 받아주었죠. 또 머물게 해준 곳이 그리스입니다. 정식 체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아테네제일국립미술대학의 크시노뽈로스 교수가 받아준 것도 큰 인연이죠. 그리스 학교의 수업료는 무료였어요. 밥도 먹여주었죠. 또 방을 반값으로 구할 수 있었죠. 크나큰 은혜를 입었죠. 저는 아테네 외곽의 아토스 산을 여행하면서 이콘(성상), 프레스코(벽화), 모자이크 그리고 이 나라의 정신인 혼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소수 정예만을 뽑았던 아테네제일국립미술대학에서의 자유로움은 저에게 큰 자극을 주었죠. 그러고 보니 그리스의 내 친구들은 내가 사용한 희랍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저도 희랍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했지요. 친구들은 처음부터 그리스 사람이 아니었냐고 농담을 했어요. 제 아들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인 호메로스(Homer)에서 빌어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그리스의 빛나는 예술혼을 사랑했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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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 어떤 화가들을 좋아하시는요. 또 예술가의 삶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광복 : 저는 색채의 거장으로 유명한 윌리엄 쿠닝(Willem de Kooning)을 좋아해요. 그는 화려하고 다중적인 색채를 과감하게 썼어요. 색면 사이를 선으로 분할하는 실험도 했지요. 특히 회화의 평면을 입체적이고 촉각적으로 드러냈죠. 또 저는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를 좋아했어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죠.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통해 수많은 걸작을 남겼죠. 화가라면 렘브란트처럼 어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렘브란트는 어둠의 깊이를 잘 다뤘죠. 저 역시 내 방식으로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한때 저는 방학을 이용해서 초상화를 그린 적이 있어요. 그것은 내 방식으로 어둠의 소리를 듣는 생활이었습니다. 저는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로부터 허가를 받아서 방학 때마다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누드작업을 통해서 얻은 깊은 사생력을 얻은 후였습니다. 제가 그렸던 초상화는 100호 이상으로 큰 그림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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