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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돌은 숨을 쉬고 있는가 -1 김내혜 전각작가
2018-03-21 17:41:39   조회:567회

나의 돌은 숨을 쉬고 있는가 _1 김내혜 전각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옛 거장들들에는 36년 동안 빈 미술사박물관을 이틀에 한 번씩 찾는 이가 나온다. 그는 오늘도 틴토레토의 그림 하얀수염의 남자앞으로 달려가 깊은 사색에 잠긴다. 도대체 그는 무엇 때문에 오랜 시간을 그림 앞에 서성이는 것인가. 주인공 레거는 말한다. “책 한권을 전부 다 읽지만 단 한쪽도 철저하게 읽지 않은 독자보다는 사백 쪽짜리 책 한 권에서 통틀어 단 세쪽을 더 완전하게 읽는 것이 정말 더 낫다운이 좋으면 우리는 김내혜 작가가 해남석에 새겨놓은 단 한줄의 두툼한 각()을 통해서 새 삶을 깨달으리라, 나 역시 모든 공부가 마음심()자 하나만 못하다는 것을이제 알았으니, 오늘부터 평생 마음 자를 투득새겨야하리. (이기인_ 시인. 한국문화연수원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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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베른하르트 Thomas Bernhard, 1931~1989

 

이기인 : 전각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내혜 :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어요. 사람들은 저를 보고 19세기 여자 같다, 수녀 같다는 둥의 말을 많이 했어요. 제 성정이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는 어려서부터 붓글씨를 좋아했어요. 그냥 글씨 쓰는 것이 좋았어요. 왜 좋냐고 물으면 저는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냥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붓글씨를 배웠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요.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동아리 활동으로 서예를 했어요. 저는 한 가지만 줄곧 하는 유형인가 봐요. 이후에 전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작업이 서예보다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섬세한 작업의 일이 저와 맞았어요. 특히 칼로 돌을 드드득 드드득긁어내는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칼로 돌을 새기는 카리스마도 저와 맞았어요


이기인 : 전각(篆刻)이라는 말의 어감은 왠지 모르게 점잖고 엄숙하다는느낌입니다. 돌과 칼이 만나는 일에서는 어떤 비장미가 흐르구요. 도장이라고 하면 좀 가벼운 듯도 한데요. 전각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 묵직하고 오래된 말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조금 쉽게 일러주시지요


김내혜 : 전각은 옛 붓글씨 오체(····) 중 전서로 새겼기 때문에 전각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관직에 임명되면 그 직인부터 착용한 것처럼 전각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 주는 증명, 즉 신표(信標)였지요. 문인들이 취미로 좋은 경구나 시구를 새기면서 요즈음에는 성어(成語), 즉 좋은 글귀를 새기는 것을 포함해서 전각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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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내고져                                                                                                           매일이 오날이쇼셔 

 

이기인 : 전각에 사용되는 돌의 크기는 엄지손톱 정도로 작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는 큰 세계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 세계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그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내혜 : 전각은 그 자체가 작품의 맨 끝자리에 빨간 점 하나로 존재하는 구석의 예술이에요. 겸손과 정중함이 배어 있지요. 그래서 거창하게 방촌(方寸)의 예술, 종합예술 이라는 표현은 좀 마땅치 않아요. 아득한 구름, 어느 그늘의 끝자락에 점 하나 찍는 예술이에요. 한 치의 세계에 그저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조용히 새기며 음미하는 것이 전각이에요. 급한 것을 덜어내고 천천히 새기는 것. 칼을 갈고, 돌을 갈고, 먹을 가는 것이 저에게는 일종의 수행과도 같아요. 저게 전각은 돈을 버는 일도, 잘난 척 하는 일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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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각 갤러리

 

이기인 : 선생님께서 출간하신 책의 한 구절을 보니(좀 더 심각한 순간) “돌의 몸에는 내장, 근육, 피부, 분비액까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의 존재를 이렇듯 생생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을 듯 싶습니다


김내혜 : 어떤 사람의 인장을 새긴다고 생각했을 때, 저는 일단 그 사람을 생각해요. 어떤 성품의 소유자인지 또 어떤 성정을 가진 분인지, 인장을 어디에 사용하고 무엇을 위해 쓸 것인지. 새기기 전에 이런저런 걸 생각하게 봐요. 그리고 그 사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돌을 떠올려요. 큰 것이 좋을지 작은 것이 좋을지, 해남석이 좋을지 단양석이 좋을지요. 고기에서도 목살 다르고 앞다리살 다르고, 어느 부위는 퍽퍽하고 또 어느 부위는 기름기가 많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돌에도 개별적인 특성이 있어요. 저는 우리나라 해남석을 좋아해요. 이 돌은 전각하기가 아주 좋아요. 특히 돌을 새길 때 뽀드득 뽀드득하는 질감에 더해서 투툭, 하고 돌이 터지는 소리가 나요. 그 쾌감이 좋아요. 돌의 특징을 살피자면 단양석은 단단해서 칼에 힘이 많이 들어가야 해요. 또 중국돌 중 널리 사용되는 요녕석 같은 경우는 쫀득쫀득해서 소리가 잘 안나요. 돌을 새기는 맛이 조금 떨어지죠

 


이기인 : 돌에 시구나 글귀를 새기는 동안에는 매순간 호흡을 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이제껏 파내려간 글씨가 한순간에 뭉개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선생님은 글씨를 새기면서 어떤 마음의 자세를 유지하는지요.


김내혜 : 전각은 정말로 집중이 요구가 되는 작업입니다. 저는 그 무엇에 몰입한 상태가 좋아요. 그래서 전각을 하는지도 몰라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안 일이 있어요. 어찌된 일인지 가짜들은 다 대도시 중심에 있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선 저도 가짜예요. 진짜 작업을 하려면 시골 외진 곳에 있어야 해요. 대부분의 작가들은 전시를 하면서 제 자신을 내보이려고 애써요. 그런데 진짜는 그냥 작업만 할 뿐이죠. 작품이 좋으면 누가 와서 볼 것이고, 또 그가 죽어서도 알려질 거예요. 작품이 좋으면 그 언제라도 그 누군가에게 알려지겠죠. 그래서 저도 전시를 할 때마다 나 잘났다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요. 참으로 아이러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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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암 안정복 順菴 安鼎福                                        비즌 술 다 먹으니                                       반계 유형원 磻溪 柳馨遠                       


 

이기인 : 전각 작업의 순서랄까. 그 과정을 간략히 말씀해 주시죠.


김내혜 : 거친 돌을 사포로 밀어요. 이렇듯 먼저 돌을 다듬는 과정이 있어요. 이 과정 중에는 물을 뿌려가면서 갈아요. 이후 돌이 잘 다듬어지면 인장에 글을 새겨요. 이 과정에서는 어떻게 새길까 고민이 많죠. 칼을 갈고, 먹을 갈고, 포칠도 해요. 글귀를 정하면 어떻게 배치를 할까, 맘에 안 들면 수정하고 또 수정해요. 그래서 이제 마음에 들었다 싶으면 측관을 새기죠. 시구 중에서 일부분을 밑면에 새겨요. 측면에는 전체 시구를 새기고요. 그때도 글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해요. 글의 배치가 결정이 되면 연필로 선을 긋고 칼로 새기죠.

 


이기인 : 선생님은 한글 전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우리 한글의 자모음을 하나하나 새기면서 우리글의 형태미를 재발견하는 순간이 있을 듯합니다. 한글의 멋을 선생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김내혜 : 제가 돌꽃전각갤러리라는 이름으로 한 10년 정도 인사동에서 살았어요. 그 시절에는 주로 한자를 많이 새겼어요. 한문으로 책에서 많은 글귀를 찾은 시절이죠. 그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었어요. 그러다가 점차 왜 우리 한글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와당에는 왜 우리 한글이 없을까 했죠. 그래서 그때 한글 전각에 관심을 가졌어요. 일종의 도전이었죠. 그래서 훈민정음에 관한 전시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한글전각갤러리라는 간판도 달았어요. 한글은 소소밀밀(疎疎密密)한 존재해요. 한글에도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 한글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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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각 갤러리_ 김내혜 & 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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