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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쏟아지는 빛을 만나다 - 1 (화인 허유)
2017-11-28 10:19:38   조회:462회

한순간, 쏟아지는 빛을 만나다 - 1 _화인 허유

 

 

송천(松泉) 정하건은 화인 허유를 일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풍모는 중후하고 골격은 다부지고 그의 눈은 강렬하면서도 예지가 깃들어 있다. 입술은 두툼하고 법상치가 않다. 그러면 심상은 어떠한가. 견인한 바탕에 청허순일(晴虛純一)한 면을 겸비하고 국량이 또한 넓다이 말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으리라. 덧붙이자면 당신은 절대고독의 한가운데 천진을 꽃피우는 아이 같았다. 심심한 바람과 눈발이 어울리는 계절. 선생님을 만났다. 차담은 마곡천을 흐르는 물소리처럼 맑게 이어졌다. (이기인_시인. 한국문화연수원 전임교수)

 

자화상.jpg

 

화인 허유 1996

 

 

 

 

이기인 : 그림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화인(畫人)으로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허유 : 25살 청년시절에 사고로 부상을 당했습니다. 우수마비(右手)로 큰 시련을 겪었지요. 이전까지는 큰 꿈을 꾸었지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법철학을 전공하고 한국사회의 정신적인 모럴을 정립하고자 하는 큰 희망이 있었지요. 결국 이것이 좌절되었지요. 시련과 상실감이 몰려왔습니다. 매일매일 왜 살아야 하는지. 자탄(自嘆)과 번뇌가 저를 괴롭혔지요.

그 무렵에 경기도 남양주 사릉의 깊은 산골짜기로 숨어들었지요. 그곳에서 송은산방이라는 두 칸짜리 토담을 짓고 처음으로 붓을 잡았어요. 1973년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내 소명과 내 영역이 있을 거야 하면서 왼손으로 붓을 잡았습니다. 장자의 좌망(坐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어요. 좌망을 위해선 좌치(佐馳)를 걷어내야 하는데. 그때 붓을 잡으면서 고요한 마음을 찾았습니다.

 

 

 

 

이기인 : 선생님의 화집과 명함에는 화인(畫人)’이라는 의연한 표현이 보입니다. 화가라는 말과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런 표현을 이름 앞에 놓은 이유가 있는지요.

 

허유 : 화가(畫家)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화인(畫人)은 사람이 먼저입니다. 그림에 앞서 사람이 먼저 돼야 합니다. 인간이 먼저 돼라. 됨됨이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위선일 뿐입니다. 속된 그림은 휴지와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화인을 제 이름 앞에 새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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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난 1998

 

이기인 : 화인으로 살아오신지 어느덧 45년입니다. 지난 시간의 회억(回憶)은 무엇인지요.

 

허유 : 1973년 봄에 수행의 방편으로 붓을 잡았습니다. 흐트러진 마음을 붓끝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마음도 그 시절과 똑같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제 마음엔 변함이 없습니다. 처음 붓을 잡았을 때의 그 마음입니다. 돌아보면 자연이 주는 무한함을 쉼 없이 그렸습니다. 그 순수함의 모양새를 그리고 그리다, 대자연의 본 모습을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문득 나는 누구일까? 하는 질문에 빠져듭니다.

 

 

이기인 : 선생님의 작품은 시서화의 세계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림과 문자, 의미와 이미지, 색채와 운율이라는 독특한 세계의 어울림이 있습니다. 이런 혼융의 세계를 한쪽에서는 어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일필휘지의 분방과 간결하게 돋보입니다. 조금 쉽게 선생님의 화론을 듣고 싶습니다.

 

허유 : 그림에는 자취(自醉)가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취한 상태. 자아도취의 상태. 그래야 그림다운 그림이 나옵니다. 그림에는 자취가 있어야 하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헛장난, 헛수고입니다. 이것은 화론(畫論) 중 하나입니다. 일필휘지의 정신도 스며들어하지요. 장자와 석도화상은 나의 도는 하나로 일관되어 있다” “그림 그리는 법은 일획을 소중히 여긴다라고 일찍이 일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일획은 일필휘지의 뜻이며 붓놀림이 분방하여 멈추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야 준일(駿逸) 정신, 즉 야일(野逸) 정신. 곧 선비정신이 나타나 지고(至高)의 경지에 이릅니다. 수많은 동양화 혹은 한국화의 정신은 일획의 정신이지요. 그러니 일필휘지의 뜻을 살리는 일이 매우 중요해요.

일필휘지는 일격화(一格畵)라고도 말해요. 송나라 황희복은 일격에 대해, 말하기가 가장 어렵고 네모와 원을 법도에 맞게 그리는데 서툴고, 채색을 정밀하게 칠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며, 붓놀림은 간략하나 형태는 갖추어지니, 자연에서 얻을 뿐 본뜰 수도 없어 뜻밖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들을 떠올리면 일필휘지는 실행하기 어려운 화론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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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2008 / 2009

 

 

이기인 : 선생님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세계이며 그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그 연장선에서 선생님은 해바라기 연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보면, 보이는 변화가 있고 감춰진 변화가 있습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해바라기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허유 : 해바라기가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1997년도 조선일보미술관 전시부터 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때는 IMF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해바라기 3점을 출품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해바라기는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해바라기를 그렸습니다. 그 해바라기를 그때그때마다 다른 화풍으로 그렸습니다. 일테면 변화를 거듭한 것이지요.

그림의 변화는, “법이 있으면 반드시 변화가 있는 법”(석도화상) 옛 것에 빠진다는 것은 고법(古法)에 속박된다는 의미로 사실 화가들의 창작에는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데 화법은 원래가 화가를 속박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가를 속박한다면 그것은 화법이 아니죠. 화법은 그림을 그리는 중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납니다. 속박은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중에 절로 없어집니다. 화가는 일정한 화법에 구애받지 않을 때 비로소 독창적인 화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화법이 자기만의 진정한 화법이죠. 스스로 체득한 화법이죠. 석도는 일찍이 깨쳤습니다. 무법이법(無法以法). 화법이 없는 것이 법이죠. 이것은 그림에서 최상의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해바라기 연작의 변화는 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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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 2010 / 2017

 

 

 

 

  이어서 계속됩니다(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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